시와 수필 302

잠들지 못하는 이유

잠들지 못하는 이유 신록이 며칠 사이 짙은 녹음으로 우거지더니 붉은 모란은 어느새 지고 씨방에 살이 올라 도톰하게 여물어 갑니다. 땅거미 내려 앉을 무렵 빼꼼한 창틈으로 들어 온 아카시아 꽃 향기가 가슴을 가득 채웁니다 햇살은 긴 그림자로 붉게 도시를 채색합니다 한 낮 붉게 혹은 푸르게 또는 온갖 색으로 뽐을 내던 草花들이 어스름 초저녁 잠을 청하지만 도시는 군상들의 귀가길 소음으로 다시 깨어납니다 자동차 소리와 전조등 불빛 그리고 따가운 가로등 불빛으로 하나 둘 세상을 다시 밝히기 시작합니다 불야성으로 금방 도시는 한 낮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草木들의 초저녁 잠을 쫓아 버립니다 이젠 땅거미 내려 낮을 밤이 없습니다 초목도 땅거미도 밤을 잃어버려 잠들지 못합니다 나도 잠들지 못합니다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아름다운 세상 무음의 공간에서 더욱더 또렷이 들려오고 암흑의 공간에서 더욱 선명히 그려지는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 순간들... 삶의 멍에가 어깨를 짓눌러 오면 지독한 우울증과 싸우다 지쳐 햇살 가득한 창가에 앉아 먼 하늘만 바라본다. 꽃은 피고 지고 계절은 오고 또 간다. 오늘도 쉼 없이 떠가는 구름 같은 세상 그 세상을 파인더에 가두다가 또 하루가 간다. 코로나19가 꽁꽁 묶어버린 세상 그래도 아름다운 세상. 사진:서서울호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