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기록도 참 많았다.
무덥고, 잠못드는 열대야의 연속,
중부지방의 기록적인 장마에
남부지방은 가뭄에 바다는 녹조까지...
그러나 계절은 어김이 없다.
벌써 꽃들은 가을을 재촉한다.
아직은 한여름의 끝자락이라
햇살은 사정이 없다.
그래도 계절의 오고 감은 어김이 없다.
우리의 삶 주변에 스치는 모습을 모아서 바라보면
어느새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안다.
내 삶의 주변을 스케치하여 올린다.
아파트 창가에 화초들은 사랑을 듬뿍 받아 사시사철 행복하다.
산자락 산책로에서 바라본 우리아파트...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다
척박한 도시에 건물도 자신의 이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저 하늘의 그 자리엔 이름을 갖지 않아도 늘 푸르다.
하늘을 찌르는 소나무에 솜같은 구름이 걸려있다.
두둥실 떠가는 구름이 흩어졌다가는 또다시 어느새 하늘에 한가득...
다시 또 높게만 오르더니, 하늘은 파랗게 빛난다...
그토록 떠가던 구름이 모두 사라지더니. 물감을 뿌려 놓은듯 세상은 파랗게 빛난다.
멀지 않아 가을이 오려나보다...
높게 푸르더니 양떼 구름이 하얗게 몰려 온다.
해를 가리고 구름이 푸른하늘에 하얗게 빛난다.
방금 틀어놓은 햇솜 같이 포근하다.
아무리 훌륭한 화가라 해도 저렇게 변화 무상한 그림을 쉬지않고 그려내기 힘드리라...
돌아서면 금새 또다른 모양을 그려 놓는다.
해가 기우는 도시 위로 구름은 힘차게 하늘로 오르며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
두둥실 떠가는 구름에게 마음 실어 보내면 하늘은 더욱 시리게 푸르다.
구름은 흐르고 흘러 푸른하늘 계곡에 흐르면 그냥 푸르게 빛나기만 하여도 그것 하나만으로도 아름다움이다.
연출가 없이도 하늘과 구름은 높이 우러르는 소나무 끝으로 그림을 그린다.
아파트 한켠에 널린 호박이 사정 없는 햇살에 바짝 말라간다.
그리고 동짓달 긴겨울 어느집 식탁에 솜씨 좋은 반찬으로 풍성하게 오르리라...
어느 정성어린 손길이 잘 익은 붉은 고추를 알뜰히 손질해 갈무리하고 있다.
정녕 가을이 오고 있는 거지..?
불볕 여름을 온 몸으로 견디며 푸르름을 간직하더니. 알알이 열매를 열었다.
이제 뜨거운 햇살에 열매는 은은히 그리고 알차게 익어가리라...
봄부터 가을까지 피고지던 붉은 장미가 지고 씨앗을 한움쿰 머금은 열매가 자라고 있다.
붉은 장미가 봄부터 여름까지 꽃을 피우더니, 푸르른 열매되어 온전히 익기를 기다린다.
가을이 익는다.
모든 수목에 씨앗이 열려있다.
가을이 소리없이 오더니 깊이 익는 꿈을 꾸고 있는게지...
이곳에도 풋가을이 주렁주렁...
아직도 새로운 줄기가 싱싱하게 삶을 위한 행진을 하고 있다.
추위에 약해 제일 빨리 붉게 물드는 아파트 벽의 담쟁이가 아직도 푸르게 제세상이다...
봄에 피는 꽃 인동초...
그런데 철 없는 인동초가 아직도 붉게 피어나 향기를 머금고 있다.
한낱 이름없는 들풀에 지나지 않으나 척박한 콘크리트에 당당히 뿌리를 내리고 피어나는 모습이 아름답다.
산책로 산모퉁이에 누구인가 심어놓은 토란이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돌아오는 추석에 잘 익은 알뿌리는 토란국으로, 줄기는 밥 도둑의 나물로 변신하여 어느집의 밥상에 오르리...
도로 길섭에 매연과 흑먼지 속에서도 초연하게 피어 난 코스모스 무리...
야생초 무리 속에 저절로 피어난 가을의 상징인 코스모스...
도심의 도로가에서 소음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정겹게 두 송이 코스모스가 키재기한다.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어도 꺽이지 않는 연약한 꽃 그대 이름은 코스모스...
늘 마음의 고향 같다.
태양이 뜨거우면 뜨거울수록 빛깔 고운 꽃을 피운다. 그리고 연약한 초목은 잘 견디어 낸다.
우리가 온종일 햇빛에 서있다면 어찌될까...
여리고 연약할수록 더 강하다 이 땅의 어머니와 같다.
뜨거운 햇살을 견디고 인내해야 고운 빛을 내는 꽃...
과일도 가물고 뜨거운 햇살을 이겨내야 더 달콤하듯...
요즘의 우리네 아이들은 너무 온실 속의 화초같아 느끼는바 크다.
초목은 뜨거운 햇살에 익어 이파리는 더욱 짙푸르고...
누가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꽃들은 계절을 안다.
연약한 꽃들은 더욱 아름다운 자태가 마음의 고향을 닮았다.
연보랏빛 쑥부쟁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가을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피어난다.
색갈이 너무도 고와 마음을 사로 잡는다.
빛깔과 아름다움이 은은하며 두드러지지 않는 아픔을 감추고도
늘 밝으며 청아한 마음의 고향을 닮았다.
여름내 피고 지던 나리꽃이 마다마디를 피어 선 지고 아직도 꽃을 피운다.
큰 무리 들은 이미 지고 떠났건만 두 줄기 질긴 나리꽃은 마다마다를 피어선 지고 참으로 길고 모진 여름을 잘 견뎌 왔다.
내게 그 자태를 뽐내는 모습이 장하다.
꽃은 다 피우고 대궁은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한다. 대견하다.
신정산자락길이 있어 내겐 큰 행운이다.
도시속의 숲 속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어 늘 고맙다.
구르몽이 숲속을 걸으며 시몬에게 물었던
낙엽지는 소리가 좋으냐고 물었던 것 처럼
마음의 고향에게 묻는다.
이 길이 좋은냐? 너는.
꿈길로 이어지는 이 길은, 마음의 고향을 찾아가는 길...
밤새 불던 비바람에 파란 갈잎은 맺지 못한 상수리를 안고 있다.
내겐 갈 수 없는 나라...
그러나 바라볼 수만 있어도 좋은 황토길...
어제는 강이지풀 하나 물고 집에 들러서니.
소년 같단다...
난 아직도 머리가 하얗게 센 소년이고
마음은 유리벽 같아 언제 깨질지 모르는 중년의 소년이라는 걸...
그대는 아직도 모르시오...?
도시의 석양은 더욱 고즈넉하다.
붉은 신호등의 지시에 잠시 멈추는 도시의 정막...
자동차의 소음이 멈춘 짧은 몇 초의 정막이 사라지면 밤새도록 도시는 소음으로 울어댄다.
도시의 가로등 불빛에 잠들지 못한 매미의 울름소리가 소음이라고 매스컴은 보도한다.
강한 가로등 불빛으로 잠들지 못하는 도시의 매미들과 곤충들
그리고 소음으로 울지 못하는 풀벌레의 아우성을 사람들은 듣지 못한다.
땅거미 내려 앉을 시간이지만. 도시에는 내려앉을 땅거미가 없다.
그래도 도시는 가을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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