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시작을 위하여
거울 속에 뿌시시한 내 얼굴
날카로운 면도날로 정돈하고
차가운 냉수로 정신을 깨웁니다.
아내가 빳빳이 날세워준 와이셔츠를 입고서
거울 속에 비친 쉬흔다섯의 내 모습을 바라봅니다.
금요일 하루가 모자라서
어둡고 텅빈 사무실 앞에 선 토요일 첫 새벽
상큼한 직원의 인사를 기억해보지만
굳게 잠긴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한동안 잊었던 지갑속의 카드 키를 찾아 문을 열고
주인없는 썰렁한 책상을 지나
비로소 낮익은 책상과 마주합니다.
모니터가 켜지고 메일 속으로 다가온 반가운 글...
반짝이는 파도와 해풍 향기를 가득 담아 보내온 사연
바닷가 은빛 파도에 부서지던 햇살조각들을 기억해냅니다.
뒤늦은 직원들의 출근 기척에 환하게 웃어줍니다.
아침에 좋은 일 있으세요?
여직원의 말에 답합니다.
응, 아침에 컴퓨터에 한 파랑새 한마리가 날아왔어...
영문을 모르는 직원은 밝게 웃습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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