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최 부암
들로 산으로 나물 캐던 할머니는
햇살 가득 머금은 푸르름을 식탁에 올리고서
비로소 허리를 폅니다.
어디선가 들리는 간드러진 60년대 음악 소리
넉넉한 몸을 가벼이 흔들던 아낙의 옷깃에도
봄이 지나갑니다.
상치 한 잎과 된장 한 종지에
봄을 넉넉히 보쌈하고
입안 가득 머금은 알싸한 맛에
까딱까딱 단잠을 청하는 눈꺼풀.
창 너머 길섶에 얼크러진 개나리는
잠깐 스치는 샛노란 교만을 자랑할 때
쉬흔여섯의 봄날은 또 지나갑니다
황사 가득한 빗속으로
속절없이 그대로 그렇게
봄날은 무심히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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