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하늘의 종이비행기(시집)

봄날은 간다

서울의푸른하늘 2011. 4. 12. 22:12

 

           

 

 

 

 

 

 

 

 

   봄날은 간다

                                 최 부암

 

들로 산으로 나물 캐던 할머니는
햇살 가득 머금은 푸르름을 식탁에 올리고서
비로소 허리를 폅니다.

어디선가 들리는  간드러진 60년대 음악 소리
넉넉한 몸을 가벼이 흔들던 아낙의 옷깃에도

봄이 지나갑니다.

상치 한 잎과 된장 한 종지에
봄을 넉넉히 보쌈하고
입안 가득 머금은 알싸한 맛에
까딱까딱 단잠을 청하는 눈꺼풀.

창 너머 길섶에 얼크러진 개나리는
잠깐 스치는 샛노란 교만을 자랑할 때
쉬흔여섯의 봄날은 또 지나갑니다

 

황사 가득한 빗속으로
속절없이 그대로 그렇게
봄날은 무심히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