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로 장애청소년예술제를 개최한지 다섯해가 되었다.
원래는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과 더불어 하나의 행사로 묶어
문화혁신대회로 진행하여 왔으나,
4회 행사 때 부터 예술대상과 분리하여 장애청소년예술대회로 진행하였다.
장애청소년예술제는
장애청소년들에게 예술분야에 도전과 새로운 직업군에 도전하는 동기 부여와
그 꿈을 키워주기 위함에 그 목적이 있다.
지난 11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에 걸처 서울 도봉숲속마을연수원에서 있었다.
그동안 이 대회에서 성장하여 유명세를 달리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문학부문 출품작 심사를 하였다.
장애청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
신선한 글 재료도 있었고,
누군가의 작품을 수정한 흔적의 아쉬움도 남았으나,
모방은 최대의 걸작을 남기듯이,
좀 더 갈고 닦아 기량을 쌓는다면 훌륭한 미래의 기대할 수 있는 작품들도 많았다.
이 곳에 수상작품을 옮긴다.
8월에 내리는 비
대전맹학교 중학교과정 2학년 1반 3번 유서영
이제 곧 10월 달도 지나고 1년이 2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학교를 다시 둘러보니 옛날 첫사랑의 관한 추억이 새록새록하고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때는 제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렸을 나이였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해본다는 감정.
누군가를 나에게서가 아닌 다른 인간에게서 특별한 감정을 두고 본다는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을 봐라보는 저는 언제나 행복해 했었고 설사 그 사람이 나에게 슬픈 말을 해도 거짓된 모습을 비춰도 또는 나를 몰라봐 준다 해도 ‘나는 그 사람을 영원히 사랑하리라.’ 마음속 깊이 생각하곤 했답니다.
어느 날 그 사람으로부터 먼저 제안이 왔습니다. ‘저의 엄청난 노력에 힘이 이제야 빛을 보는 구나!’라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제안을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해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그 일로 인해 저는 일주일 동안 남 못지않은 여러 가지의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되짚어 보지 못했던 사랑의 정의.
누군가를 사랑하고 다른 인간보다 특별한 존재로 볼 수 있는 나의 시각.
그런 것들 하나하나를 깨우치면서 나는 그 사람을 좀 더 아껴야 했고, 사랑해야 했고 그런 것들을 차츰 깨달아 가면서 사랑의 대한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었을 때 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불길함을 저를 가만히 두려고 하지 않더군요.
사귄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때 이미 그는 저에게 충분히 질려 있었으며 말하기로는 아예 흥미 자체가 없는 말이었다고 마치 장난으로 저에게 그렇게 말하더군요.
그 의미조차 알기 싫었던 문자...
다른 사람은 받아도 나는 받고 싶지 않았던 그 이별의 통보를 저는 비로소 그게 얼마나 슬프고 불행한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은 거짓입니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 때의 아픔과 슬픔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설사 100년이 흘러도 또 다른 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해도 첫사랑의 감정과 같을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 날 그렇게 그 사람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저는 한동안 세상에 재미라는 걸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하나도 재밌는 것이 없었고 세상에는 아무것도 믿을 것이 없었습니다. 마치 그동안 열리지 않고 보관되어 있었던 판도라 상자가 누군가의 의해 열려서 그 속에 있던 희망마저도 날아가 버린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죠.
이대로 정리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그가 변했어도 나는 변하지 않았다고...
나는 다시 그와 정식으로 만나기 위해 학교 뒤뜰로 그를 불러냈습니다.
많이 어색해 보이는, 평소에는 보기만 해도 즐겁던 그의 얼굴이 오늘따라 굉장히 밉게 느껴졌지만 저는 그 순간에 그를 잊을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표정 어떻게 보면 그 무표정이 오히려 나와 같은 슬픔의 빛깔이란 걸......
저는 왜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요?
그런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니 어색했습니다.
평소에는 잘만 떨어졌던 입술이 오늘은 생각처럼 떨어지지 않고 자꾸 입안 주위를 맴돌다 이내 그의 귓가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미 식어버린 표정으로 그를 봐라보며 마지막으로 그에게 썼던 편지와 함께 내가 그에게 주고자 계획하고 있었던 모든 것을 선물했습니다.
함께하고 싶었던 휴대폰 고리,
만나면 같이 사랑을 속삭이고 싶었던 팬,
그에게 주고 싶었던 나머지 마음 한 조각,
한 조각을 나는 그를 위해 주었고 그는 그것을 받은 채 나에게 다가와 그 따뜻해 보이던 품으로 나를 깊게 안으며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으로 안겨 보는 누군가의, 내가 사랑하는 사랑의 그런 따뜻한 기운에 나는 눈을 감아 버렸습니다.
잠시 동안이라도 이 시간이 영원히 멈춰서 나와 그를 이 세상에 남기고 싶다고,
다른 그 누군가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게 아닌 딱 우리 단둘이 되어 서로를 의지하며 이렇게 살아가고 싶었다고,
나에게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다고 그렇게 한없이 생각했지만 저의 입은 저의 그런 생각들을 말하지 않은 채 어서 가보라는 말로 그를 보내버렸습니다.
혼자 남은 어색함-
그리고 천천히 떨어지는 비 그리고 그 속에 섞여 내리는 나의 애절하고도 슬펐던 외로우면서도 절대 위로 받고 싶지 않았던 눈물이 저는 아직까지도 제 가슴속 깊이에 묻어둔 채로 남들에게 꺼내지 않는 이야기로 영원히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난 후 저는 깊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이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멋대로 좋아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피해가 되는 것 뿐 아니라 본인 자신에게도 너무나도 해가 되는 짓이라고.
8월-
그 한 달 동안 나에게는 너무나도 즐거우면서도 슬픈 일이 많았습니다.
어쩔 때 생각하면 너무나도 좋아보였던 상냥해 보였던 그의 얼굴.
어쩔 때 생각하면 너무나도 슬프고 애절했던 그의 얼굴.
하지만 지금의 그를 보면 나는 아무 말 없이 웃곤 합니다.
그는 저에게 사랑을 선물해 주지 않았어도 나는 그를 보며 나지막히 웃기만 합니다.
그 날 8월에, 그를 위해 내가 흘렸던 눈물 어쩌면 그도 나를 위해 울어주었기 때문에 나는 하늘이 그날 그렇게 조그만한 나의 눈물을 감춰 주기 위해서 그의 눈물을 감춰 주기 위해서. 그렇게 애절하고 작은 비를 내려주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달에게 비는 말
대전맹학교 중학교 1학년 김소희
저 멀리 눈을 들어
바라보았더니
망망한 하늘에
고운 빛깔 뿌려대던
달이 있더라
다소곳이 손 모은 채
쭈볏거리던 달이 있더라
어둑한 하늘이 비웃어도
달은
거기에 꿋꿋이 남아 있더라
밤을 피해
숨었나 했더니
작은 햇살 받아들고서
다시금 달이 왔더라
고요한 미소
머금은 달아
그 모습은
언제나 달라져도
캄캄한 하늘
거기에
머물러 있어라
달아.
선생님의 가방
한국우진학교 이동남
우리학생은 선생님이 올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새처럼 어린 두 팔로
새처럼 어린 두 다리로
선생님은 우리를 위해
큰 가방으로 먼 거리에서
우리 집으로 수업하시러 오신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어떤 분
우리에게 문이 되어준다
우리에게 창문이 되어준다
우리에게 빛이 되어준다
우리에게 꿈이 되어준다
우리에게 행복이 되어준다
우리에게 삶이 되어준다
우리학생은
오늘 선생님이 가방 속에
무엇이 있을까 고민에 빠진다
선생님의 큰 가방을 열면 여섯개의 날개가 있다
하늘의 날개로 웃음을 찾아 떠나라
바람의 날개로 희망을 찾아 떠나라
바다의 날개로 빛을 찾아 떠나라
해일의 날개로 꿈을 찾아 떠나라
땅의 날개로 기적을 찾아 떠나라
지진의 날개로 복을 찾아 떠나라
우리는 선생님의 가방에서
여섯개의 보석을 가지게 되었다
선생님 큰 가방에
내일은 무엇을 가지고 올까요
얼 굴
통영잠포학교 우소영
내 얼굴은 통통하고 넓적하게 생겼다.
다른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면 ‘참 예쁘게 생겼네’ 라고 말을 하는데......
나는 내 얼굴이 안 예쁘고 마음에 안 든다.
다른 사람들은 이마가 예쁘게 생겼는데 나는 짱구처럼 앞 뒤가 툭 튀어나왔다.
눈은 찢어지고 눈이 좋지 않아 안경을 쓴다.
안경을 끼면 얼굴이 참 어울리는데 안경을 안 끼면 얼굴이 넓적하게 생겨서 거울에 비추어 볼 때마다 얼굴 보기가 싫어진다.
나는 피부가 여드름이 나서 얼굴 피부가 안 좋다. 여드름이 안 났으면 피부가 깨끗하고 하얄텐데......
웃으면 초승달처럼 웃는 모습이 되는 눈을 가지고 싶다.
코는 조금 뾰족하게 세웠으면 좋겠다.
입은 작으면서 노래를 하면 예쁜 입 모양을 가지고 싶다.
TV연기자들은 얼굴이 예쁘게 생겼다.
또 얼굴이 깨끗하고 피부도 좋다.
얼굴이 작아서 TV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나도 TV에 나오는 연기자처럼 얼굴이 작아 보이고 예쁘게 보이고 싶다.
이렇게 난 내 얼굴에 불만이 많다.
얼굴에 불만이 많은 나에게 선생님은 내 얼굴을 보고 개성 있게 예쁜 얼굴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내 얼굴이 개성 있게 생긴 얼굴인가?’ 하고 생각하며 매일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거울을 계속 보니 선생님 말씀처럼 내 얼굴이 이상한 얼굴이 아닌 것 같았다.
선생님 말씀처럼 개성 있는 얼굴인 것 같았다. 나름대로 예쁜 것 같기도 하고......
개성 있게 예쁜 내 얼굴을 자랑하면...
나는 이마가 짱구처럼 생겼기 때문에 머리를 묶으면 머리모양이 예쁜 것 같다.
눈썹은 반달처럼 진하고 예쁘게 생겼다. 눈은 찢어졌지만 김연아처럼 쌍거풀이 없어서 매력적인 것 같다.
코는 높진 않지만 귀엽게 생긴 것 같다.
피부는 여드름이 났지만 볼이 발그레해서 수줍은 소녀의 모습 같다.
그리고 머리스타일을 바꾸면 얼굴이 달라져 보인다.
그래서 매일아침 머리모양을 바꾸어 보려고 거울을 보곤 한다.
머리핀도 꼽아보고 모자도 써보고......
밉다고만 생각했던 내 얼굴이 언제부턴가 예쁘게 보이기 시작했다.
자꾸 예쁘다고 이야기 해줘서 그런가?
나만 가질 수 있는 내 얼굴......
난 있는 그대로의 내 얼굴이 참 마음에 든다.
인 형
대전맹학교 고등학교과정 1학년 서예림
저는 인형을 좋아합니다.
인형에게 말도 걸고 이름도 지어주고 꼭 인형이 사람인듯이 생일 까지 챙깁니다.
고1 답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저는 인형이 좋습니다.
며칠 전 버린 인형은 현주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인형은 7살 때 부모님께 받은 선물이었죠.
저는 커 가면서도 그 인형을 절대 버리지 않았습니다.
중학교가 되면서 부터 저는 공부에 흥미를 잃었고 부모님께서는 성적 이야기를 하시면서 화를 내셨습니다.
성적에만 매달리는 엄마도 싫었고 옆에서 편을 드는 아빠가 더 싫었습니다.
엄마와 아빠의 말이 얼마나 상처가 됬는지 모릅니다.
저는 부모님에게 받은 상처를 인형을 끌어안고 이야기 하며 펑펑 울고는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부모님이 저의 우는 모습을 보는 게 싫어서 밤에 울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친구도 없어서 인형이 저의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잘 때도 인형이 제 옆에 있었고 공부할 때에도 제 곁에는 항상 인형이 있었습니다.
학교에 가져가지는 않았지만 항상 인형 생각을 했습니다.
인형은 저의 상처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였기 때문에 정이 갔습니다.
2011년 1월에 새로운 인형을 샀습니다.
저는 새로운 인형이 생겼다는 사실에 항상 기분이 좋았습니다.
원래 있던 인형은 신경도 쓰지 않았죠. 하지만 항상 잘 때에는 끌어안고 미안하다고 신경 써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버려진 그 인형 현주에게 아직도 미안해하고 있습니다.
10년 동안을 함께 해준 현주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비록 사람은 아니었지만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생일 때 받은 조그마하고 귀여운 인형에게는 현주에게 써주지 못한 신경을 많이 써주고 싶어요.
그리고 또 다른 인형이 생긴다면 이름을 현주라고 지어주고 싶어요.
신경 써 주지 못했던 내 친구 현주 현주의 빈자리를 채워줄 현주라는 이름을 가진 인형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몇 살이 되도 인형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안을 거예요.
인형들은 저의 소중한 친구니까요. 상처를 나눠받고도 항상 웃어주는 나의 친구 인형들아, 버려진 현주만큼 너희들에게 더 신경 많이 써 주고 더 많이 사랑해 줄게.
고마워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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