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함이 나를 위한 법
4월도 이제 마감을 하고있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봄을 익히는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5월은 온갖 만물이 힘찬 활동을 시작하고,
겨우내 움츠린 공기로 찌들었던 세상이 햇살 가득 다스함으로 숨쉬는 계절-
분명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많은 쉬흔하고 여섯인 내 나이...
지난 날을 생각해보니, 나는 무얼하고 이 나이까지 왔나...
새삼 지난 날을 돌이키다가 봄이 되면 기억 생각나는 오랜 친구를 생각해 봅니다.
그가 이 세상을 함께 할 수 있었다면 가장 좋아 할 계절인지라,
신록이 짙어 가는 봄이면 그가 기억납니다.
그는 장내에 촉망되는 국가대표 체조선수로서 맹훈련을 하다가 사고로 그만 척추골절에 의한 후유증과 강직성척추염으로 영원히 일어 설 수 없게 되어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기타를 배우고 봄날이면 강가에 나와 앉아 봄볕에 구릿빛 얼굴이 되도록 굳어가는 뼈마디와 손가락으로 기타 연습을 하며 재활의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동네에 작은 교회에서 주일이면 성가대에서 오르간반주를 할 만큼 그의 재능을 인정받았습니다.
또한, 음악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마다 않고 휠체어에 몸을 싣고 달려가 기타연주를 해 주곤 하였습니다.
문풍지로 봉해버린 겨울,
바깥 세상이 그리워 겨울이 제일 싫다던 그가 그토록 봄을 그리워 하다가 세상을 떠난지 언 30년이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잔존 능력을 통해 주위의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며“남의 즐거움을 위하여 노력하면 자기 자신도 즐거워진다며,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라 했습니다.
“남을 위한 일이 곧 자신을 위한 길”이라는 의미...
27년 동안 나의 주변에는 Light Blue같은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함께 아파하며 해결점을 찾았던 것은 그들의 모습이 내 모습이었으며,
내 모습이 바로 이들 모습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장애인들의 고통을 듣고 해결해 주던 것이 오늘날 내게 붙어 따라다니는 “장애인의 고충상담해결사...”
장애인 고충 상담 중에 가장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결혼문제였습니다.
이 문제를 함께 아파하고 함께 고민하며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다 보니,
장애인 결혼 중매 국내 최다라는 기록을 하게 되었습니다.
혈기 왕성하던 때가 지난 날 내게도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뼈만 앙상했던 나는 항상 최선을 다하자는 좌우명으로 매사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생활을 했던 것이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맨토(Mentor)가 되었습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가장 나약한 동물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 중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 자살하는 것은 인간밖에 없을 만큼 인간은 나약합니다.
나 역시 25년 전 나약함을 이기고
내 스스로가 강해지기 위하여,
그리고 세상의 모범이 되기 위하여,
국토종단을 시작해 국내 최초로 휠체어에 몸을 싣고 전국토를 달려 완주했습니다.
서울서 부산간 520km를,
제주에서 서울까지 740km를,
전국토해안선을 따라 서해안 돌아서 남해안을 그리고 동해안을 돌아서
강원도 한계령을 넘어 인제, 원주를 돌아 임진각까지 2000km를 휠체어로 돌아 완주했을 때
세상의 모든 이들은 불가능하다 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이었기에 할 수 없는 불가능을 이루었습니다.
국내 모든 장애인을 위하여,
그리고 내 자신을 위하여 이루어낸 결과가 지난 날의 내 자신의 신화가 아닙니다.
이 땅에 장애인이 있었기에
그들을 위한 일이 곧 내 자신을 위한 일이었고 그래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자신을 태워서 세상을 밝히는 촛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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