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동안 들어 박혀있는 내 모습이 속상했던지 아내가 드라이브하자고 졸랐다.
마음에 없었지만 내 모습이 사나워 아내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침묵속에 그저 길 보이는 곳으로 무작정 차를 몰았다.
갈 곳이 없었다.
마음이 닫혀있으니, 모든 것이 즐거울리 없었다.
애써 마음을 감추고, 로보트 처럼 아내가 하자는대로 그렇게 했다.
두어시간을 서울 외곽을 드라이브하다가 멈춘곳- 상암난지한강공원이었다.
강제로 끌려 내리다시피 차에서 내렸다.
밖은 이미 봄이 와있었다.
아기 손톱같은 새싹이 연녹을 띠고 있었고
이름 모를 들꽃들이 만개하였다.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꺼내들고
봄의 그림을 담았지만, 별로 신통하게 마음에 드는 그림은 없었다.
봄볕에 얼굴이 검게 그을렀다.
눈에 보이는 대로 셔터를 눌러대니 조금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그리고 비로소 봄날의 여유를 찾을수 있었다.
마음가는 대로 셔터를 눌러 보았다.
봄은 벌써 와 있었다
여의도엔 벗꽃이 지는데 이 곳은 만개하였다.
몇 해만 지나면 퍽 예쁘겠다는 생각이 든다.
들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난지천에 오리 한 쌍이 한가로이 다정하다.
고요한 난지한강공원의 여유
싱그러운 햇살이 너무도 좋았다.
그저 난 물을 보면 좋다.
강건너 아파트에 사는 이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있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만 찍어대는 날 기다리기 지루했는지
아내는 벤취에서 이이스크림을 먹다가 멋적게 웃는다.
햇살 좋은곳에 포즈를 취한다.
얼른 찍었다.
나를 만나서 힘들게 살아온 25년의 시간들...
그래도 언제나 해맑은 아내의 표정.
아내가 카메라를 뺏더니 싫다는 나를 향해 셔터를 눌렀다.
애써웃는 표정이 나를 더 웃긴다.
늙지 않는 아내가 고맙다.
그러나 굵어진 손마디가 아프다는 말이 나를 더욱 슬프게한다.
1.6km의 갈대 숲이 란다. 갈대를 자연스럽게 조성하여, 숲길을 산책할 수 있어 좋다.
휠체어를 타고 아내와 여유로운 산책을 할 수있는 것을 보면 분명 좋은세상이다.
생태수로가 있어 온갓 수생 생물이 산다.
아이들 자연학습에 참 도움이 많이 되겠다.
아들 창록이와 다시 한 번 와야겠다.
생태 보존로에는 민들레와 쑥 그리고 봄나물이 지천이었다.
해맑게 웃는 아내를 얼른 찍었더니,
나도 찍어 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또 한번 억지 미소를 지었다.
아름답고 화려한 색채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노랫말이 있지만.
나는 분명 꽃이 더 아름답다.
저 들에 핀 꽃의 향기에 취하고 반하지 않을 사람 뉘인가...
가녀린 한줄기에 단아하게 핀 양귀비...
아마도 이녀석은 마약성분이 없는 관상용인듯 싶다.
어린시절 들에 핀 야생양귀비를 본 후 처음이다.
이토록 야생화에 반하지 않은이 누군가...
접사를 해서 확대해보니 더욱 신비롭다.
거칠고 메마른 땅에서 이토록 강렬한 색으로 피어난 꽃을보면
요즘의 내 자신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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