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2
찾아오는 이 없고
알아주는 이 없는
끝없는 들판에 홀로서서
낮에는 바람소리와 대화하고
별밤에는 풀벌레 수다로 지새우며
비 내리는 서러운 날이면
개구리가 달래주는 합창으로
온전히 지켜온 나날들
이제는 닳고 부스러져
껍질만 앙상히 남았어도
마음 쉴 곳 넉넉한 가객 되어
알알이 틀어박힌 풍성한 들판에
이름 없는 잡초와 얼크러져
바람이 전하는 세상사와
풀벌레가 불러주는 노래를
즐거이 듣기만 했었지
뉘
아는 이 없고
알아줄 이 없어도
부끄럼 없는 삶이라면
그 얼마나 떳떳한 일인가
무엇을 바라
무엇을 범했던 것 없어
미진 만큼의 애증도 갖지 않은
삶
홀로 살아
아는 이 없고
알아줄 이 없어
뉘
울릴 일 있지 아니하니
울일 또한 없어
그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하늘 끝으로 날아가는 참새 무리를 향하여
해진 밀짚모자를 바람에 흔들어 배웅 할 때
노을 진 태양이 크게 하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