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 빠
울 아빠는 만능입니다
내가 장난감을 망가뜨리면 무엇이든지 고쳐 줍니다
인형이랑, 총이랑, 로봇이랑, 소꼽놀이랑...
나는 한영이에게 자랑합니다
우리 아빠는 장난감을 꽁짜로 고쳐 준다고
울 아빠는 요술쟁이입니다
쪽문 안에 살고 있는 마귀할멈과 얘기도 나눈대요.
마귀할멈의 신하들인 모기랑, 파리랑, 왕개미들도,
우리 아빠 앞에서는 꼼짝 못해요
매일 밤 나를 잡으러 신하를 보내지만
내가 잠든 사이
창문과 방문 틈으로 숨어 들어오는
마귀할멈의 신하들에게 -이놈! 하고 한 번만 소리치면
모두가 도망 간 대요
울 아빠는 나쁩니다
내가 좋아하는 초콜렛을 사주지 않습니다
내가 먹고 싶어 해도 막 소리치고 야단합니다
지난번에 엄마하고 치과에 갔다 와서 이젠 아프지 않은데도
자꾸만 않된다고 합니다
울 아빠는 밉습니다
엄마하고만 매일 같이 자면서
나하고는 같이 자질 않아요
그래서 어젯밤에는 울었습니다
아빠는 할 수 없이 내게 팔베개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뜨니
어찌된 일인지 다시 또 엄마 옆에 내가 있어요...
정말 울 아빠는 밉습니다
1995.11.25.
사랑하는 딸에게 주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