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하늘의 종이비행기(시집)

울 아 빠

서울의푸른하늘 2009. 12. 11. 15:51

울 아 빠

 

울 아빠는 만능입니다

내가 장난감을 망가뜨리면 무엇이든지 고쳐 줍니다

인형이랑, 총이랑, 로봇이랑, 소꼽놀이랑...

나는 한영이에게 자랑합니다

우리 아빠는 장난감을 꽁짜로 고쳐 준다고

 

울 아빠는 요술쟁이입니다

쪽문 안에 살고 있는 마귀할멈과 얘기도 나눈대요.

마귀할멈의 신하들인 모기랑, 파리랑, 왕개미들도,

우리 아빠 앞에서는 꼼짝 못해요

매일 밤 나를 잡으러 신하를 보내지만

내가 잠든 사이

창문과 방문 틈으로 숨어 들어오는

마귀할멈의 신하들에게 -이놈! 하고 한 번만 소리치면

모두가 도망 간 대요

 

울 아빠는 나쁩니다

내가 좋아하는 초콜렛을 사주지 않습니다

내가 먹고 싶어 해도 막 소리치고 야단합니다

지난번에 엄마하고 치과에 갔다 와서 이젠 아프지 않은데도

자꾸만 않된다고 합니다

 

울 아빠는 밉습니다

엄마하고만 매일 같이 자면서

나하고는 같이 자질 않아요

그래서 어젯밤에는 울었습니다

아빠는 할 수 없이 내게 팔베개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뜨니

어찌된 일인지 다시 또 엄마 옆에 내가 있어요...

정말 울 아빠는 밉습니다

 

 

1995.11.25.

사랑하는 딸에게 주는 글 

'푸른하늘의 종이비행기(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찬가  (0) 2009.12.11
고결한 사랑  (0) 2009.12.11
하늘  (0) 2009.12.11
가을이 갈 때  (0) 2009.11.25
낙엽을 태우며  (0) 2009.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