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이유

가을의 초상

서울의푸른하늘 2012. 11. 3. 23:00

주말 내 자신을 찾아 가을로 떠났다.

우리집 아파트의 뒷산 무장애 길은

그야말로 그 어느 단풍명지 부럽지않다.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숲길...

어쩌면 이동이 어렵고 힘든 이들에 비하면

전동휠체어를 타고 스스로 산에 오를 수 있음에

그리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이 호사에 감사한다.

 

카메라를 들고 순간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하여

가을 속으로 떠났다.

그리고 내 눈에 비친 세상을 담았다.

 

집을 나서는 아파트에도 이젠 가을이 깊었다.

 

 길을 건너 산길로 접어 들면 바로 신정 산자락길의 무장애 산책로가 1.8km가 산속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곳만 들어서면 산속에서 품어나는 공기가 정신을 맑게 한다.

 

 산길로 접어들면 단풍나무는 붉고 화려한 색으로 이 계절과 작별 준비를 하고있다.

 

모래부터 비오고 추워진다하니 어쩌면 이 계절의 마지막 단풍이리라.

 

황금빛 단풍 아름답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이 자연현상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 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장애인이 이 땅에 얼마나 많은가....

 

활동이 자유로운 이들은

세상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하여 감사함을 모른다.

 

아니, 감사는 커녕 너무 불만을 많이 토로하며 산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큰 일을 할 수 있음을 경험에서야 알 때

 

자신의 시간은 다 써버린 후 깨닿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한 참  세상을 모르고 살았을 땐

 

내 주변의 모듬을 소중한지 모른 채 살았다.

 

이젠  나무에서 떨어진 빛바랜 이파리 하나만 보아도 소중하고 값지다.

 

인간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무장애 길을 휠체어로 오를 때 까지만해도 행복했었는데,

숲으로 이어진 비포장 흙길을 보이자 저 곳을 갈 수 없는 아쉬움 남는다.

 

이 숲길을 볼 수있고

정지된 순간을 카메라에 담을 수있는 그 사실에 고마워하자.

 

그리고

갈 수 없고,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이들을 위하여

 

열심히 이 곳에 그림을 올려

 

자연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음에 감사를 하자.

 

가을날 화려한 색으로 갈아입은 초목은 짧은 시간에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그 일생을 다한다.

 

그러나 봄날 다시 재회를 위하여 이별한 나무밑에 떨어져 다시 썩어 자양분이 되듯이

이별은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을 위한 내일의 약속이다.

 

숲으로 이어진 길을 산책하며

 

새로운 날의 만남을 기대해 본다.

 

내 미래의 새로운 만남을 위하여

우리는 끊임없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들판에 이름없이 피어나 뭇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 없던 들풀 여뀌.

 

작지만 아름답게 요염한 색으로 사람들 눈의 시선을 멈추게 하듯...

 

우리의 삶도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살면

뭇사람들중에 묻히는게 아니라 눈에 띠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저 붉은 이파리와  티 없는 푸른하늘이 아름답다고 느끼듯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고유한 향기를 간직하는 사람이 되자.

 

사람아...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

 

자신의 향기를 뿜어내는 유일한 사람이 되자.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본연을  다하듯

 

마음에 지지 않는 푸르름을 간직한 그러한 사람이 되자.

 

하늘 우러러,

자신의 향기를 뿜을 수 있는 그러한 삶을 마무리하자고 다짐하며

 

우거진 숲 속 가을로  마음의 여행을 떠났다.

 

골짜기를 돌아 산마루에 오르니

 

햇살이 숲을 헤치고 함께 하잔다.

 

가을 햇살 속에 생각의 흐름을 맡기니 어느덧 마음은 하늘을 난다.

 

나무와 이별한 이파리가 붉게 떨어진 녀석도 있었고

  

노랗게 떨어진 녀석도 있었고

 

갈색으로 물들다 두가지 색을 간직한 욕심 많은 녀석도 있었다.

 

산을 내려오늘 길목에서 만난 단풍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빛깔로

 

가을을 불태우고 있었다.

 

내게서 눈과 마음을 모두 빼앗은  가을날... 

 

정녕 가을은 불타고 있었다.

 

이 계절의 끝자락에 햇살을 한껏 받으며

벤취에 앉아 계신 저 노인도 

젊은날 자신의 푸른렀던 시절을 회상하고 있을까...

 

아파트 뒷길을 돌아 나올 쯤

 

여름내 산자락에서 흐르던 맑은 물도 말라 버려 잡초만 무성하였다.

다시 맑은 물을 흐르던 그날의 영화를 기다리면서...

가을이 익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