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盛夏)의 창(窓)
창은
세상을 보는 거울이요
마음이 노니는 공원
창은
어항 속의 붕어인 냥
온갖 물상이 살아서 헤엄을 친다
와-아이들 소리
애-아낙들 소리
앵-날벌레 소리
온갖 소리가 살아있는 창은
소리통
창은
세상으로 통하는 문
이 계절로 향하는 비상구
창 너머 하늘로 나가면
햇살에 하얗게 익어버린
뭉게구름
나래 홀랑 벗어던진
철없는 조각구름은
푸르른 바다에 빠져
두리둥실 떠가는데
심산유곡으로 숨어버린 바람은
한가로이 잠들은 냥 간데없고
산과 들은 더욱 푸르기만 한데
성하(盛夏)의 한낮
손 뙈기만한 창으로 들이치는
한줄기 불덩이 폭양(曝陽)
혀를 길게 내민
선풍기도 지친 듯
털털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