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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공원 3

잠들지 못하는 이유

잠들지 못하는 이유 신록이 며칠 사이 짙은 녹음으로 우거지더니 붉은 모란은 어느새 지고 씨방에 살이 올라 도톰하게 여물어 갑니다. 땅거미 내려 앉을 무렵 빼꼼한 창틈으로 들어 온 아카시아 꽃 향기가 가슴을 가득 채웁니다 햇살은 긴 그림자로 붉게 도시를 채색합니다 한 낮 붉게 혹은 푸르게 또는 온갖 색으로 뽐을 내던 草花들이 어스름 초저녁 잠을 청하지만 도시는 군상들의 귀가길 소음으로 다시 깨어납니다 자동차 소리와 전조등 불빛 그리고 따가운 가로등 불빛으로 하나 둘 세상을 다시 밝히기 시작합니다 불야성으로 금방 도시는 한 낮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草木들의 초저녁 잠을 쫓아 버립니다 이젠 땅거미 내려 낮을 밤이 없습니다 초목도 땅거미도 밤을 잃어버려 잠들지 못합니다 나도 잠들지 못합니다

푸른하늘의 종이비행기(시집) 2020.05.11

선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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