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하늘의 종이비행기(시집)
잠들지 못하는 이유
서울의푸른하늘
2020. 5. 11. 20:30
잠들지 못하는 이유
신록이 며칠 사이
짙은 녹음으로 우거지더니
붉은 모란은 어느새 지고
씨방에 살이 올라 도톰하게 여물어 갑니다.
땅거미 내려 앉을 무렵
빼꼼한 창틈으로 들어 온
아카시아 꽃 향기가 가슴을 가득 채웁니다
햇살은 긴 그림자로 붉게 도시를 채색합니다
한 낮 붉게 혹은 푸르게 또는 온갖 색으로 뽐을 내던
草花들이 어스름 초저녁 잠을 청하지만
도시는 군상들의 귀가길 소음으로
다시 깨어납니다
자동차 소리와 전조등 불빛
그리고 따가운 가로등 불빛으로
하나 둘 세상을 다시 밝히기 시작합니다
불야성으로 금방 도시는 한 낮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草木들의 초저녁 잠을 쫓아 버립니다
이젠 땅거미 내려 낮을 밤이 없습니다
초목도 땅거미도 밤을 잃어버려
잠들지 못합니다
나도 잠들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