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이유

내 아이 시집가는 날

서울의푸른하늘 2018. 11. 4. 00:12

짝을 찾았다고 

내 품을 떠난단다.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

13년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내 손으로 
머리 빗겨 쪽지워 방울리본 달아 주었던

그 아이가 이제 내 품을 떠난단다.

 

30년 키워

품을 떠나보내야하는 날

다가온다.

 

코흘리게 시절 

잠든 아이 바라보며

한 편이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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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늘



 

저녁놀 긴 그림자를 드리울 때

 

울타리에 걸린 호박만한 햇덩이가

 

하늘이 얼굴

 

손바닥 같은 단풍잎을 주우러 간다더니

 

흙먼지로 분장을 하고

 

서투른 유행곡을 어설피 부를 때

 

아직 덜 떨어진 코감기가

 

장단을 맞춘다

 

콧물과 초콜릿으로 입가를 물들이고

 

엄마의 젖가슴을 파고드는 반짝이는 눈망울.

 

한 낮의 여흥이 아직도 남은 듯

 

히죽이는 잠꼬대가 입가에 머물고...

 

언제쯤이나

 

시집간다고 떼쓸까...

 

1995.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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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지는 소리 철렁 거리는

사나운 바람

밤새 불 것 같은 가을 밤

지나간 아이의 30년이

주마등 처럼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