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푸른하늘
2014. 12. 12. 22:30
선택 / 靑岩 최부암
마음이 얼어붙은
하늘엔
바람도 없고
구름도 없이
햇빛을 잃은
끝없는 푸름만 있었습니다
서슬 시퍼런 독설에 멍든 쓰라림
구토로 현기증을 일으키고
수 십 년을 비수로 꽂힌 상처가
한꺼번에 외로움으로 쏟아집니다
아스팔트는 곧게 뻗어 좋은 길이지만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삭막함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곧은 게 싫었습니다
곧바른 길이기를 원하는 게 싫어서
미움을 받을 수 밖에 없음을
미워하지 말라는 외침 같아
그래서 미웠습니다
흙내음 풀풀 날리는 황톳길
마른 풀도 자라고 잡초도 무성한 들녘에
이름을 얻지 못한 야생화가 빛나는
그런 길이기를 바랐지만
탄탄한 아스팔트이기를 바라는 게 싫어서
그래서 더 미웠습니다
풀도 없고 잡초도 없는
외로운 꽃이기를 원한다면
비수에 꽂혀 신음하는 가슴을 간직해도
기꺼이 아픔을 즐거워하겠습니다
티끌을 사랑할 줄 모르는 마음
부족함 감싸줄 아량 없는 마음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어리석음을 선택한 당신
난 기어이 당신을 버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