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달의 다시 보는 명화
지나간 영화를 다시 보며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던 영화들의 명장면을 떠올려 본다.
장애인의 사회적 인식개선은 제도만으로는 어려운 것이다. 차라리 공감을 주는 한 편의 영화가 사람들에게 더 감동이 크게 와 닿는다. 따라서 장애인의 사회적 인식개선의 일환으로서 매월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테마 중에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는 영화들을 매월 한 편씩 소개한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ジョゼと虎と魚たち Josee, the Tiger and the Fish
장 르: 로맨스/멜로드라마 |제작국가:일본 |상영시간:116 분 |국내상영: 2004-10-29
감 독: 이누도 잇신 (Isshin Inudou)
등 급: 15세이상 관람 제작/배급: ㈜스폰지가 이엔티
출 연: 츠마부키 사토시 (Satoshi Tsumabuki) 츠네오 역
이케와키 치즈루 (Chizuru Ikewaki) 조제 역
우에노 주리 (Juri Ueno) 카나에 역
아라이 히로후미 (Hirofumi Arai) 코지 역
신야 에이코 (Eiko Shinya) 조제의 할머니 역
에구치 노리코 (Noriko Eguchi) 노리코 역
후지사와 다이고 (Daigo Fujisawa) 류지 역
제 작: 오가와 신지 (Shinji Ogawa) / 쿠보타 오사무 (Osamu Kubota)
원 작: 타나베 세이코
각 본: 와타나베 아야 (Aya Watanabe)
촬 영: 츠타이 타카히로 (Takahiro Tsutai)
조 명: 히키타 요시타케 (Yoshitake Hikita)
음 악: 야스이 테루 (Teru Yasui) / 타카하시 타로 (Taro Takahashi)
편 집: 우에노 소이치 (Souichi Ueno)
미 술: 사이토 이와오 (Iwao Saito)
일교차가 제법 심하여 가을이 문앞에 서있다.
추석이 벌써 다가온다.
예전엔 추석 즈음해서 햇볕이 좋은 날이면 문을 떼어 물에 불려 찢어진 창호지를 떼어 내고
밀가루 풀을 쑤어 문살에 빗자루로 풀을 칠해 창호지를 바른 후
향기짙은 국화 꽃잎을 띁어 손고리 부분을 붙여 장식을 하고 물을 입으로 품으면
햇볕에서 팽팽하게 창호지가 말랐다,
곧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시작 된다는 의미였다.
추석이 다가오자 갑자기 둘도 없는 친구가 문득 떠올랐다.
기계체조 선수로 장래가 촉망되던 그가 연습도중 목뼈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하여
평생 휠체어생활을 하다가 30년 전 세상을 먼저 간 친구이다.
장애를 갖게 된 후 밖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여 유일한 낙은 기타연주가 전부였던 친구....
방문을 활짝 열어 놓고 대문 밖을 보는 것이 세상의 유일한 낙이라 했던 그가
계절이 바뀌고 겨울이 오기 전 찬바람을 바람을 막기 위하여,
창호지로 출입구만 남기고 창을 모두 봉하는 날이 제일 싫었다고 했었다.
겨울 내 어두운 방에서 대문 밖과 창밖의 세상을 보지 못하고 지낸다는 것은
그에겐 지옥이나 다름없었으리라...
사랑했던 그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건네주지 못한 12줄의 기타를 생각하면
지금도 내 가슴을 미어지도록 슬프게 하였던 그 시절 기억이 생생한데
요즘 사랑의 세태는 너무 인스턴트이다.
이 영화 속의 장애소녀 조제의 짧고도 슬픈 사랑은 인스턴트 세대의 부산물이다.
우리는 자유롭게 세상을 활보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 한편의 영화를 보면 더욱 공감하리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독특한 영화 제목으로 전 일본을 휩쓸고 국내에 상영 될 당시 너무 슬퍼서 다시 볼 수밖에 없었다는 그래서 더욱 영화 매니아에게 화제가 됐었다던 이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타나베 세이코의 단편소설을 각색하여 영화화한 작품으로 바람둥이 대학생 츠네오와 다리를 쓸 수 없는 장애소녀 조제의 슬픈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영화 개봉 후 드라마로 또 다시 만들어졌다하니 그 폭발적인 인기를 짐작케 한다.
오늘, 이 영화가 주는 의미를 살펴보자.
이 영화는 부천영화제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영화는 아니었다.
남자 주인공인 츠마부키 사토시를 제외하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감독이나 배우도 없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두 세 번 이상 되풀이해서 보는 관객들도 많았고, 그렇게 여러 번 본 관객들이 첫 장면에서 부터 눈물을 흘린다는 소문이 과장된 것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가슴에 애틋한 여운이 남는 이 영화를 관람한 많은 이들이 부천영화제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영화 감상 글을 올리면서, 이 작품이 국내 영화팬들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게 하였다.
이 영화는 일본에서 단관 개봉으로 시작해 한 극장에서만 1억엔 이상의 수익을 올린 일본 인디영화 최고의 흥행작인 동시에,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베스트 일본영화 중 4위를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이기도 하다.
줄거리
츠네오는 심야의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다.
어느 날 새벽 츠네오는 언덕길을 달려 내려오는 유모차와 마주치는데, 가까스로 잡아 세우고 안을 들여다보니 놀랍게도 그 안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해 걷지 못하는 손녀 조제를 유모차로 인적이 드문 새벽시간에 산책시키고 있다가 내리막 길에서 힘에 부쳐 유모차를 놓쳤던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도와 집에 함께 온 츠네오는 조제가 직접 만들어 준 음식으로 식사 대접을 받는다.
조제는 요리와 할머니가 길에서 주워온 책들을 읽는 것이 유일한 행복이자 취미이다.
츠네오는 집안에서만 생활을 하는 조제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그녀에게 친구가 되기로 한다.
장애인을 처음 만나게 된 츠네오는 그녀가 그렇게 염원하는 것을 위하여 업고 다니며, 세상구경을 시켜주기로 한다.
열심히 일을 해 자동차를 랜트하여 바다도 간다.
그녀를 등에 업고 다니는 것이 지치기도 하지만 그녀를 위하여 열심히 세상 보여주기를 한다.
그토록 보고 싶어하는 동물원으로 호랑이도 만나러 가고...
츠네오는 오직 섹스만이 진실 된 사랑이라고 믿으며 조제를 원한다.
조제는 사랑해서 섹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니까 섹스를 하는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조제는 츠네오가 애초부터 자신을 위하여 배려하는 모습들에 지쳐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자신을 향한 츠네오의 사랑이 절대 연민의 감정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엔 언젠가는 자신의 곁을 떠나갈 것을 알고있다.
그래서 츠네오가족이 다 모이는 부모님 제사날에 자신을 소개시켜 주지 않는 것의 대하여 전혀 슬퍼하지 않았다.
사랑하지만 이대로 츠네오가 자신과 함께 평생 갈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던 그녀는 자신이 장애인이라서가 아니라 서로를 위해서 깨끗하게 헤어져야한다는 생각에 이별을 예감하고 있었다.
츠네오는 조제를 업었을 때 힘들어 하면서 휠체어를 하나 사자고 투정섞인 푸념을 하자.
이에 조제는 자신을 위해 영원히 함께 하지 못할 사람이라는 것을 느낀다.
몇 차례의 섹스와 몇 번의 추억들이 조제에겐 츠네오에 대한 전부였다.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만을 남기고 갈 것에 만족할 뿐이었다.
예견했던 이별이 다가 왔다.
두 사람과 짧았던 1년... 츠네오는 냉정하리 만큼 옛 애인에게 돌아간 사실에 별로 슬퍼하지 않는 조제.
많은 이들이 츠네오를 욕할지라도 한 때 관심으로 다가왔다가 식어버리면 떠나는 인스턴트식 사랑이 일본의 젊은 세대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이것이 현실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오늘날 젊은이들의 세대인가 보다.
짧은 시간속에서 눈물 나도록 많은 추억을 남기고 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기에 츠네오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츠네오를 이해하는 사람도 분명 또한 있을것이다.
또한 이 영화를 통해서 자신을 반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제도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처음 츠네오와 사랑했을 때
왜 그토록 돌아가신 할머니가 세상 앞에서 자신이 나타나는 것을 싫어했는지,
츠네오를 모질게 찾아오지 못하게 했던 것이 할머니의 배려라는 것을 비로소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장애소녀의 만남부터 이별까지가 보통 사람들의 사랑 처럼 느껴질 수 있을까...
다리를 못 쓰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츠네오에게 모든 것을 주면서 끝까지 사랑을 지키려고 했던 조제.
그래서 그 아픔의 공감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 않았을까?
보통사람들의 사랑이야기가면 이토록 많은 이들의 눈물을 쏟게 했을까...
누구에게든 아름다운 추억은 남겨질 수 있다.
조제라는 장애소녀의 사랑이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모두가 느껴야 할 반성같은 것이 아닐까....
이 영화는 우울하지 않게 최대한 아름답고 밝게 마무리하려 했지만, 정말 보통 흔한 연애 영화처럼 마지막 결말에 여주인공을 죽이면서까지 심금을 울려 주는 영화와는 분명 다른 차별화 된, 눈이 퉁퉁 부울 정도로 슬픈 사랑이야기임은 틀림없다.
자료출처: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40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