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푸른하늘 2008. 9. 2. 10:47

 

 

 

 

허수아비 2

 

찾아오는 이 없고

알아주는 이 없는

끝없는 들판에 홀로서서

낮에는 바람소리와 대화하고

별밤에는 풀벌레 수다로 지새우며

비 내리는 서러운 날이면

개구리가 달래주는 합창으로

온전히 지켜온 나날들

 

이제는 닳고 부스러져

껍질만 앙상히 남았어도

마음 쉴 곳 넉넉한 가객 되어

알알이 틀어박힌 풍성한 들판에

이름 없는 잡초와 얼크러져

바람이 전하는 세상사와

풀벌레가 불러주는 노래를

즐거이 듣기만 했었지

 

아는 이 없고

알아줄 이 없어도

부끄럼 없는 삶이라면

그 얼마나 떳떳한 일인가

무엇을 바라

무엇을 범했던 것 없어

미진 만큼의 애증도 갖지 않은

 

홀로 살아

아는 이 없고

알아줄 이 없어

울릴 일 있지 아니하니

울일 또한 없어

그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하늘 끝으로 날아가는 참새 무리를 향하여

해진 밀짚모자를 바람에 흔들어 배웅 할 때

노을 진 태양이 크게 하품 한다.